화이트 호스

🔖 가원

하지만 하나는 알고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그녀가 온종일 일했기 때문에,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다녔기 때문에, 내게 윽박지르고 몰아붙였기 때문에, 때리고 실망하고, "유지해"라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이 동네를 떠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게 되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밥값을 하게 되었다. 박윤보와 같은 남자들을 만나고 얼마든지 그들을 떠나고 다시 만나고 잊었다. 그런 사람으로 자랐다. 나만은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살게 되었다. 살고 있다. 그래. 정말로 안다. 사실 박윤보는 나의 인생, 나의 삶, 나의 미래를 자신의 무엇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래서 나의 웃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었던 거라는 것.

"야."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응."

"진짜야."

"뭐가."

"나는 지금껏 낮잠이라는 걸 자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나는 웃었다. 할머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차를 빠르게 몰았다.

하지만, 왜, 어째서.

그 무책임한 남자를 미워하는 것이, 이 미련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보다 힘든 것일까.

왜 나는 항상 이 여자 때문에 미칠 것 같은가.

왜 그때 그 마음이 잊혀지지 않는가.

지금까지도.

계속.

가원은 여자의 호로 쓰이는 이름이다.

나는 대답했다.

"응, 알아. 우리 할머니는 그런 사람이지."

다 옛날 일이다. 모두.

그치?


🔖 작가의 말

"아, 나 그 노래 좋아. <화이트 호스>."

"왜? 뭐가 좋은데. 왜 좋은데. 어떻게 좋은데."

"어, 밥 딜런하고는 완전히 다르게 썼잖아? 의미를 아예 바꿔버렸지."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이걸 써야겠어."

"응?"

"와 씨, 이걸 소설로 써야겠다고!"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첫 문장을 쓴 뒤 이어 결정했다.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할 거야. 귀신에 시달리는 이야기가 될 거야. 고택에 갇힌 이야기가 될 거고, 고딕 스릴러가 될 거야. 화이트 호서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가 될 거야. 화이트 호서의 역사는 집의 역사가 될 것이고, 이곳에 머문 사람들의 기억이 될 거야. 그들의 기억에 따라 화이트 호스의 의미는 달라질 거야. 왜냐하면 쓰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에 의해 그 의미는 계속 바뀔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그들이 하는 일이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지. 바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지. 하지만 나는 내가 실패하리라는 것을 알아. 이미 실패하고 있으니까. 결코 다다르지 못할 거고, 아마 나는 평생 고택 안을 헤매며 살게 되겠지. 바싹 말라 죽겠지. 부유하는 하나의 기억이 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찾아다닐 거야.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고, 이것이 나의 사랑이니까.

그래.

정말 사랑해.

그리하여 이번 소설집은 이런 사람드르이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 그 집에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고리를 끊고, 의미를 바꾸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모든 실패와 모순과 애착이 만드는 희미한 틈새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삶에 대한 이야기.

다시는 작가의 말을 이렇게 길게 쓰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내게는 소설로 충분하다.


💬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일명 가부장제 제사 스릴러로 너무 재미있었던 <음복> 이랑 예전에 어느 잡지에서 읽었던 <오물자의 출현>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다른 소설들도 다 너무 좋았다. 앞으로 강화길은 이름만 보고 덥석 집어들 작가가 될 것 같다.